생산지 스토리

한 잔의 커피, 한 잔의 평화...
피스커피는 자연의 힘으로 자란 체리를 농민들이 채집하여 진심으로 선별.가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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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커피! 그 시작_'2015년산 붉은 체리를 따다.'
카페티모르 조회수:2096 14.32.55.188
2015-08-21 09:45:00

동티모르의 수도 딜리에서 남쪽으로 120km 떨어진 사메 지역의 작은 마을 로뚜뚜.

커피산지(아라비카 기준)는 대부분 800m이상의 고산지대에 위치한다. 이는 로뚜뚜마을도 마찬가지다. 마을 향해가는 동안 지그재그로 끝없이 펼쳐진 길에는 수백년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거목과 커피나무들이 즐비하다. 커피나무는 엄마 품안의 아이들처럼 강렬한 남태평양 햇볕과 고산지대의 추위를 막아주는 그늘 나무(shade tree)의 보호를 받으며 자라고 있다.

마을로 가는 길에 우거진 나무들.

과거에는 길 자체가 없어, 인도네시아 군인조차도 올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최근에는 부분 콘크리트 포장을 해서 로뚜뚜 마을로의 차량 진입이 용이해졌다. 로뚜뚜로 향하는 길엔 30m가 넘는 거대한 나무들이 우거져 마치 대도시의 마천루를 연상케 한다. 그 풍경을 벗 삼아 가는 길마다 감탄사를 연발하는 사이 어느 듯 마을이 가까웠는지 멀리 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을입구에 들어서자, 페드로 할아버지(마을의 원로이자 YMCA활동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 할아버지)집이 마을로 오는 사람들을 먼저 반긴다. 할아버지 집을 지나 잠시 산길을 가다보면 마을 공동묘지가 나온다. 미니어처 성당처럼 꾸며진 묘소는 그들의 신앙을 반영한 듯하다. 마을입구에서 오는 길이 산으로 가려져 답답함을 느낄 찰라, 눈앞으로 쏟아지는 아득한 바다풍경이 발길을 멈추게 했다. 바다 바람이 여기까지 부는 듯하다. 주위의 집들이 점점 다가오고, YMCA사무실이 보이기 시작한다.

동티모르의 자연 경관은 감탄사를 불러일으킬 만큼 아름답고 때 묻지 않은 푸름을 간직하고 있다.

마을은 산자락을 따라 점점이 흩어져 있다. 마을은 고요한 가운데 종일 계곡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사무실은 천사의 집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고도가 1004m라 그렇게 불려 진다고 한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사무실과 학교가 마주하고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소리가 정겹다. 아이들이 산과 들을 뛰어 다니며 노는 모습이 어린 시절 우리의 시골모습과 다르지 않다. 우리의 문화와 같이, 마을의 집을 방문하면 아주머니는 언제나 차와 커피, 바나나튀김, 카사바, 고구마 등을 내 놓는다.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에 많이 차려 놓고도 부족하다 말씀하신다.

YMCA 사무실 맞은편엔 사진과 같이 학교가 있다.

YMCA는 로뚜뚜 마을과는 남다른 관계를 가지고 있다. 2004년 동티모르 대통령이 방한하여 한국 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과 만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2005년 동티모르를 현지답사 후 공정무역 커피프로젝트(피스커피)를 시작하게 되었다. 무려 10년 가까이 그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파트너십을 키워온 것이다.

YMCA 간사가 직접 마을에 들어가 그들과 신뢰를 쌓아 가는 여정이 10년이 걸린 것이다. 시작할 즈음 무모하다, 누가 그렇게 할 수 있겠나, 불가능하다 등 주위에서 반신반의 했지만, 결국 신뢰와 공정한 절차의 뿌리에 파트너십이라는 열매를 얻게 된 것이다. 지금도 피스커피 프로젝트는 끝이 아니라 계속 진행 중에 있다.

 

카브라키 마을과 로뚜뚜 마을에 총 9개 그룹이 만들어 지고, 각 그룹에서 커피나무 열매인 체리를 수매하여 1차 가공을 하고 있다. 동티모르 커피 수확 시기는 5월말에서 9월초 정도이다. 지금은 한창 수확이 진행되는 시기여서 마을사람 대부분은 커피 수확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을은 온통 커피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마을 옆 산으로 가자 여기저기서 사람들 소리와 커피체리 따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부모님 일을 돕기 위해 열심이다. 잘 익은 체리만을 골라 따는 커피 생산자들의 손이 분주하다. 어느 듯 커피자루는 붉은 열매들로 가득하다. 산에서 채집한 커피체리는 그룹의 가공장으로 가져가 수매를 한다.

분주한 손길로 커피나무에 잘 익은 체리를 수확하는 모습.

채집한 체리는 가공을 빨리하면 할수록 신선도를 지키고 좋은 커피를 얻을 수 있다. 가공이 늦어지면 과육이 상하면서 나는 냄새가 커피에 배어, 결국 커피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9개의 그룹중 하나인 leol-udu 그룹의 커피 체리가 가공공장에 도착한다. 체리자루를 열자 붉은 열매가 가득하다. 채집한 체리자루 그대로 저울이 있는 곳으로 옮겨져 무게를 측정한다. 체리를 kg단위로 정산하여 그 자리에서 대금은 바로 지급된다. 마을 아저씨는 체리자루를 저울에 매달자 약간은 긴장된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무게를 불러주고 아저씨가 눈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후 정산을 한다. 아저씨 손에 들린 돈은 쌀을 사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그래도 남으면 모아 집을 수리할 것이다. 마을의 집들이 점점 전통가옥에서 콘크리트불록에 양철지붕을 한 가옥들로 변해가고 있다. 아저씨는 더 많은 체리를 채집해야겠다며 어깨를 들썩이며 집으로 향했다. 이제 커피체리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한 쪽에서는 체리를 수매하고 한 쪽에서는 체리를 선별작업 후 과육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붉은 보석 같이 탐스럽고 매끈한 커피 체리가 자루 한가득 담겨있다.

 

선별작업을 위해 자루에서 커피체리를 쏟아 붓자 붉은 체리가 가공공장을 가득 채웠다. 그룹 원들은 능숙하게 눈에 보이는 덜 익은 체리와 오래된 체리를 선별했다. 그리고 선별된 체리를 다시 큰 고무통에 담고 물을 부어 물위에 뜨는 체리를 분류했다. 물에 씻긴 체리는 햇빛에 반사되어 더욱 붉은 색을 만들어 냈다.

과육제거기에 체리를 넣고 손잡이를 돌리자 과육은 제거되고 체리의 씨인 파치먼트 형태가 보이기 시작한다. 씨를 감싸고 있는 점액질과 함께 쏟아지는 파치먼트는 막 알에서 나온 듯 서로가 엉켜 통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과육 제거기로 작업하는 모습.

와~ 역시 동티모르 생두구나 싶다. 체리 색깔에서 압도당하고 생두 크기에서 또 한 번 놀란다.

 

체리 껍질은 한곳으로 모았다가 고구마나 채소를 심은 밭에 뿌려 그름으로 사용한다. 가공장이나 마을 집주위에는 작은 텃밭들이 여기저기에 있다.

 

과육을 제거한 파치먼트는 물에 담가 이틀 정도를 발효시킨 후 세척작업을 시작한다. 발효되면서 점액질과 이물질이 제거된다. 발효하는 과정도 쉽게 볼게 아니다. 물에 너무 오래 담가두거나 물의 상태가 안 좋으면 발효취가 나거나 생두의 변색을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세척잡업이 이루어진다. 5번이상 같은 작업을 반복해서 파치먼트를 헹궈 점액질과 이물질 그리고 벌레나 곰팡이를 원인으로 한 결점두 등을 골라낸다.

발효하기 위해 파치먼트를 통에 담는 모습.

이렇게 과육제거와 발효 세척작업이 끝나면 이제 햇볕에 건조를 시작한다. 각 그룹의 가공공장 인근은 황금 들판을 연상케 하듯 파치먼트의 물결을 이룬다. 파치먼트를 건조하는 동안 그룹 원들은 계속해서 휘저어 면서 건조를 시키는 동시에 핸드피킹 작업을 진행한다. 이 핸드피킹 작업은 세척작업에서 걸러내지 못한 결점두를 다시 골라낸다. 건조할 땐 특별히 비에 신경을 써야한다. 체리 채집 시기는 건기라 비가 거의 안 오지만, 비를 맞게 되면 변색이 되거나 곰팡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결국 품질을 떨어뜨리는 원인되기 때문에 더 신경을 쓰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건조를 하면서 수시로 수분을 측정하여, 적정 수분율에 도달하면 파치먼트를 창고에 보관하게 된다. 수분율이 너무 높으면 운송이나 보관중 곰팡이나 백화현상이 발생하고 반대로 너무 건조하면 생두의 색깔이 변하고 향미가 떨어진다.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렇게 하면 1차 가공이 끝이 나는 것이다.

 

커피나무 옆에서 환하게 웃어 보이는 우리의 가족 생산자 주민.

생산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커피 한잔에 담겨 있는 것이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맛의 50~60%를 생두가 결정하고 있기에 생산자들의 노력은 더욱 값지다.

 

:: 정창효 차장

2015년 3월부터 동티모르에서 공정무역 커피산지 주민들과 함께하며, 현지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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