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Fair Tr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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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있는 무역"
피스커피주인장 <overjihye@naver.com> 조회수:3940 61.82.113.72
2009-04-15 10:49:19

공정무역_ "얼굴이 있는 무역"

 

 

   최근 몇 년 재미있고 신날일 별로 없는 시민사회의 분위기나 시민운동의 일감들 중에 아직 고만고만한 수준이긴 하지만 공정무역(fair trade) 운동 또는 사업은 안팎의 관심과 호응이 있어 보입니다. 공정무역이 지향하는 바나 활동 방식 또는 관련 파트너가 우리 사회 내의 긴장을 전제로 하지 않아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언론의 호의적인 반응만 보더라도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공정무역과 관련된 크고 작은 기획안 행사, 프로젝트에 지면언론은 지면 할애를, 인터넷 매체는 온라인 공간을, 방송매체는 다양한 변주로 노출 해주고는 합니다. 관련 업무에 몸담고 있는 실무자로서는 행복하다 할 만 합니다. 비단 여론이나 분위기만 호의적인 것이 아니라 각 공정무역주체들이 내놓은 작년 연말 실적에서도 최근의 관심이 완전히 거품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공정무역을 가장 먼저 시작하고 사업적으로도 가장 앞서 있는 아름다운커피의 경우 해당 기관의 핵심 지도력의 전언에 따르면 2008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월 매출 1억원이 넘었다고 합니다. 생활협동조합을 기반으로 하는 두레생협이나 한국생협의 공정무역 매출 또한 매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은 커피나 설탕, 초콜릿, 올리브유 정도의 품목에 공정무역에 본격 참여하고, 참여그룹도 앞서 말한 아름다운커피, 생협의 두 개 조직, 페어트레이트코리아, 그리고 한국YMCA 등 6,7개에 불과하지만 말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공통의 목적, 동일한 원칙이 적용되는 공정무역에 대한 다양한 이름 붙이기입니다. 사업주체가 아름다운 커피임을 단박에 알 수 있는, 또한 일의 전후가 너무도 아름다울 것 같은 아름다운 커피의 “아름다운 무역”, 국경을 넘어선 지역민들의 건강한 연대가 바로 와 닿는 두레생협의 “민중교역”, 여성 환경 활동가들의 중지를 모아 출발한 페어트레이드코리아의 “희망무역” 등등. 공정무역에 붙인 이름만으로 각 주체들이 공정무역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 지향을 알게 해주는 정말 멋지고, 말 그대로 아름다운 이름들입니다.

 

   그중 저는 “얼굴이 있는 무역”이라는 말을 참 좋아 합니다. 이 이름은 제가 몸담고 있는 YMCA가 매년 한번 동티모르에서 공정무역으로 가져 오는 커피를 보관 창고를 쌓고, 첫 포대 풀고 녹색콩(green bean)을 대면 할 때 마다 절감 하는 말입니다. 올해 1월로 벌써 동티모르로부터 네 번째 공정무역커피콩을 들어왔는데 매년 가슴 벅참은 변함이 없습니다. 번거롭기가 여타의 작업에 비길 수 없는 커피콩은 나뭇가지에서 열매를 딴 날 바로 세척을 하지 않으면 모두 썩어 버립니다. 그러니까 나뭇가지에서 열매를 따는 순간부터 빨간콩이 녹색의 그린빈이 될 때까지 수 백 번의 수고로움이 더해져야만 합니다. 특히 한국YMCA 공정무역 산지인 동티모르는 짐작하시는 대로 산지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한국YMCA가 공정무역 초기 단계부터 지금까지 하늘이 두 쪽나도 타협하지 않는 생산공정의 원칙 때문에 그 수고로움은 몇 배가 더합니다. 그 원칙은 다름 아닌 대량 수확, 가공, 생산을 위한 기계적 시도를 배제한다, 동티모르 전통 생산 방식을 고수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수확에서 그린빈까지 전 과정은 당연히 사람의 손을 통해서만 진행됩니다. 6월초에서 8월초 커피 수확기가 되면 많게는 하루 1톤 정도의 열매가 모입니다. 이렇게 모인 열매들은 24시간 내에 씻고 껍질을 까야만 합니다. 이 시기에 YMCA가 일시 고용하는 40명의 건장한 청년들은 밤새 씻고 껍질을 깝니다.

 

Sai husi uma dadeersan nakukun(어두운 아침 일찍 집을 나서)

cafe manas copu ida hamanas kabun(따뜻한 커피 한잔이 배를 따스히 하는 구나)

ai farina baluk ida kohe laran(아이파리나 한 조각이 야자잎으로 만든 가방 속에 있다)

hodi kaer netik kabun loron manas(뜨거운 날에도 배를 안고프게 한다)

 

    밤이 되면 체감 온도 영하로 내려가는 해발 1,200m 산간마을, 대나무로 만든 어설프기 짝이 없는 공정무역커피 작업장에서 동티모르 사메 청년들은 천지를 뒤 덮고 있는 어둠이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별빛과 함께 남반구의 아침 햇살로 물러 날 때까지 단조의 구슬픈 전통요를 부르면서 커피콩을 만들어 가야만 합니다. 아반도, 페드로도, 줄리앙도, 모두 함께..., 밤을 지새워 세척하고 껍질을 벗긴 콩들은 볕 좋은날, 햇살 참한 날을 골라 말리고 익힙니다. 대규모 플랜트 커피 농장의 몇 시간의 과정이 공정무역산지에서는 몇 날의 수고로 가능합니다. 그렇게 산지의 우리 친구들의 정성 하나 하나가 오로지 공정무역에 대한 신뢰와 기대로 커피콩을 만들어 갑니다. 그렇게 공정무역은 아반의 얼굴로, 페드로의 얼굴의 우리 앞에 커피콩을 전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정무역이 “얼굴이 있는 무역”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정무역을 합니다.

 

 

 

원 창 수 한국YMCA공정무역 피스커피 팀장

 

 

* 『서울YWCA』 (2009. 4 Vol. 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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