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지 스토리

한 잔의 커피, 한 잔의 평화...
피스커피는 자연의 힘으로 자란 체리를 농민들이 채집하여 진심으로 선별.가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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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에서 클라라가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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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5 16:02:22

2012년 3월부터 동티모르로 파견 나와 있는 김기연 입니다. 동티모르에서는 클라라(Clara)라고 불립니다.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동티모르를 배우기 위해 좌충우돌 고군분투 중입니다.

 

 

Bomdia(안녕하세요), 로뚜뚜!


동티모르에 온지 한 달. 처음 로뚜뚜에 들어가는 날이 마냥 즐겁지 만은 않았다. 그 전에 들었던 이야기나 보았던 사진으로 인해 묘한 기대감이 들기도 하였지만 로뚜뚜에 일하시는 마을 분들도 처음 뵙는 자리였고, 아직 테툼(Tetum, 동티모르어)도 잘 몰랐기 때문에 너무 긴장되었다.  하지만 첫 인상은 포근한 마을 분위기와 안정적인 커피 가공장의 분위기였다. 선배 간사님들도 마을 분들도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게 함께 어울리며 활동하시는 듯 한 모습에 긴장감 대신 오히려 내가 여기서 열심히 일을 배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몰려왔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차츰 차츰 마을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한국과는 다른 자연 경관이 주는 이국적인 느낌과 왠지 모를 여유가 느껴 지는 평화로운 풍경. 어색하게 건네는 인사에 수줍게라도 꼭 대꾸해 주는 아이들과 언제나 환한 웃음으로 턱인사(턱을 들어올리는 동티모르식 인사)를 건네는 어르신들을 만나니 내가 무어라고 이렇게 따뜻하게 대해 주시나 싶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만약 다른 마을에 갔더라면 다른 곳에서도 이런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까? 로뚜뚜 마을과 YMCA의 그 동안의 소통의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한 신뢰 관계가 없었다면 한국에서 온 낯선 외국인이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었을까?  YMCA와 일하는 새로운 사람이라는 이유 만으로 어느 정도 진입 장벽(?)에서 혜택을 받은 격이다.  예전 이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할 적 선배 간사님들의 고군분투한 이야기들이 조금은 무겁게 가슴에 와 닿았다. 


한국에서 나도 피스커피를 주문해서 마시곤 했었다(커피티백이 찬물에도 맛있게 우러 나오는 점이 가장 좋았다). 로뚜뚜에 와보니 ‘피스커피’란 이름으로 한국에서 커피를 마시기까지, 그 과정에는 YMCA와 로뚜뚜 마을 사람들 간의 진심 어린 소통의 시간이 있다는 것이 점점 보이는 듯 하다. 앞으로 마을에서 일하면서 더 많은 것들이 보고 느끼려면 어떻게 마을 분들을 대하고 다가가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된다. 단순히 로뚜뚜산 (産) 커피가 아닌, 로뚜뚜 주민들과의 우정을 담는 커피.

 

클라라의 로뚜뚜 커피시즌 첫 경험


5월이 되면 본격적인 커피시즌이 시작된다. 로뚜뚜(Rotuto)와 가브라키(Kabraki) 가공장에서는 레드체리(Redcherry)를 팔러 온 주민들로부터 체리를 구매하고 껍질을 벗겨 파치먼트(Parchment)상태로 건조시키는 과정이 매주 반복된다. 가공장 주위에는 커피를 팔러 온 사람들로 북적 이는데, 가공장 아저씨들과 사람들이 가져온 커피자루를 보고 무게가 얼마나 나갈지 맞춰 보거나 직접 저울에 올라가 몸무게를 공개하기라도 하면 별 것 아닌 일인데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체리가 빨갛게 익기 전엔 연두색을 띈다. 연두 빛이 보이는 것이 있다면 덜 익은 체리다. 껍질을 벗기고 나면 구분이 안되지만, 덜 익은 체리는 최종적으로 커피 맛에 영향을 준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다 익은 체리만 따거나, 따고 난 체리를 집에서 한번 골라 내는 식으로 마을의 ‘커피 품질’관리한다. 마을 사람들이 당장 1킬로그램을 더 달아서 파는 이득보다 장기적인 한국인의 입맛을 잡기 위해 커피 품질을 관리 하는 것일까? 그것 보다는 좋은 체리를 파는 것. 로뚜뚜 마을의 이름을 달고 팔리는 커피에 대한 자부심. 우리 마을의 커피가 최고라는 자부심에서 오는 ‘우리’라는 연대감.


때문에 커피 수매 현장은 즐거울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거래가 이루어 지는 장소이자 우리가 모이는 장소. 우리의 커피를 거래하는 장소이자, 마을 청년들이 열심히 일하는 장소. 몇십키로나 되는 커피자루를 지고 오는 일, 온 몸을 사용하여 커피를 세척하는 일, 그런 힘든 일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에게서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배우게 된다.

건기가 되면 커피 열매가 빨간 체리처럼 익고 파치먼트를 건조시키기에도 충분히 강렬한 햇빛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고도가 높은 곳이라 항상 춥기 때문에 긴팔에 두터운 옷을 챙겨 입어야 한다.


↘가공장 한 켠에서 레드체리(커피열매)를 사고 팔 때가 되면 어김없이 작은 장터가 열린다. 간식으로 먹기 좋은 튀긴 빵과, 바나나를 밀가루에 묻혀 튀긴 빵, 한 까치씩 파는 담배,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전부리까지 꽤 다양한 먹거리를 볼 수 있다. 아이들이 부모님을 도와서 받은 용돈으로 간식을 사 먹을 때 옆에서 멀뚱히 쳐다보기라도 하면(물론 달라고 해 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선 뜻 나에게 권유를 한다. 참 넉넉한 아이들이다.


↘깨끗이 세척한 커피는 햇볕이 좋은 날 건조장 위에서 말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커피가 나지 않는 나라 사람이 보기엔 참 이국적이며 매력적인 풍경이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레드체리 껍질을 벗기고 나면, 그 자체가 훌륭한 비료가 된다. 사람들이 껍질을 얻어 가서 비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닭이나 돼지에게 먹이기도 한단다. 레드체리를 커피나무에서 따 먹은 적이 있는데 꽤 달콤한 맛이 난다.


 

↘커피양이 많아 지면 밤 늦게까지 발전기를 돌리고 교대로 가공을 한다. 가공이 있는 날 밤이면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칠흑 같은 로뚜뚜 밤하늘을 울린다.

 

아이들이 말이라도 걸면 수줍게 서로 얼굴을 맞대며 웃는다. 호탕하게 웃는 것도 귀엽겠지만 서로 눈빛을 교환하면서 순수하게 웃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사랑스럽다.

 

2013년을 두 번째 커피 시즌을 준비하며


요즘 우(雨)기라 딜리(Dili, 동티모르 수도)에도 비가 많이 온다. 동티모르도 기후 변화를 겪고 있어 요번에는 예년보다 더 늦게 우기가 찾아 왔고, 비가 오는 주기도 오락가락한다. 건기가 오면 나에게는 두 번째로 맞이하는 커피시즌이 찾아온다. 첫 커피시즌을 돌이켜 보면 부끄러운 마음에 마음을 다 잡게 된다. 실수가 많아서 많이 혼나기도 하고 그러는 과정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워 갔지만, 아직 어떤 부분에서는 마음에 정확히 와 닿지 않는 것이 있다. 내가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하는 일… 어렵다. 내가 누구를 위한다는 욕심을 버리기도 쉽지 않고, 진정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일에 치여 나도 모르게 간과해 버릴 때가 있었다.
2013년의 커피시즌을 시작하며 사람에게 감동을 받는 경험을 해야 믿음도 생긴다는 양동화 간사님의 말을 되새겨 본다.

"클라라, Halo foesa(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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