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지 스토리

한 잔의 커피, 한 잔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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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피스커피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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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1 12:25:00
 
동티모르 피스커피 현장을 가다.
동티모르 피스커피 한국으로 가다.
 
 
지난번 호에 이어 커피의 생산 절차를 소개하려한다. 우리나라의 커피소비는 세계 15위 안에 든다. 이렇게 많이 마시는 커피가 어디에서 오며 어떤 가공과정을 거치는 지 아는 이는 몇 안 된다. 안다고 하더라도 책이나 영상으로 접하여 아는 정도가 전부이다. 그래서 현지에서만 느끼고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전하려 한다.
 
 
10월 이면 여름이 지나 점차 건기로 접어드는 한국과 달리, 동티모르의 10월은 빠르게 우기로 접어든다.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 있는 ymca 사무실은 현재 큰 찜통이나 다를 바 없다. 현지의 단층 건물은 대부분 지붕이 양철지붕으로 되어 있어 내리 쬐는 햇볕은 막아도 열기는 고스라니 내부로 쏟아져 에어컨이 무색할 정도다.
딜리는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어 덥지만 커피생산 마을로 가면 고지대라 한국의 가을처럼 아침저녁으로 시원함 아니 추위를 느낄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의 옷차림도 여기가 적도 부근 나라인가 의심을 할 정도로 두툼한 옷을 입고 다닌다.
심지어 시내로 오토바이를 운전해 오실 땐 대부분 파카를 입고 있다. 고지대의 선선함과 태양의 열기를 온몸으로 받고 있는 동티모르의 이색적 풍경들이 딜리의 더위에 지친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준다.
 
-현지 건물의 모습과 푸르른 하늘.
 
 
 
커피시즌에는 커피생산마을 카브라키와 로뚜뚜를 매주 방문한다. 마을에서는 ymca 현지 간사들이 생산그룹과 소통하며 커피의 가공 및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주엔 그룹을 방문하여 파치먼트 수분을 확인했다.
 
지금은 건기 시즌이지만 커피 생산지는 고지대라 높은 산에 구름이 걸려 그늘이 자주 발생하고,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남태평양의 뜨거운 햇볕의 온도를 나추기 충분하다. 이런 바람과 온도는 파치먼트를 건조시키기에 최적의 환경이 아닌가 한다. 생산자들이 파치먼트를 건조하며 연신 씹고 있기에 물었더니 이런 방법으로 수분을 측정하여 건조를 더 할 건지 결정한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수분측정기로 측정 하면 놀랍게도 거의 기준치 범위에 들어온다. 경험에서 오는 그들만의 방식에 새삼 신기해하며 마을을 내려 왔다.
 
-파치먼트 상태를 확인하는 주민들.
 
 
수매는 2개 마을 9개 그룹에서 진행되며 2주간 진행됐다. 집이 점점이 흩어져 마을을 이루고 있어 수매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현지 간사들과 함께 각 그룹을 방문하여 4개월 넘게 고생하며 가공한 파치먼트를 흰색마대에 약 20kg씩 담아 무게를 측정하여 수매 한다. 자동차가 들어갈 수 있는 그룹은 직접 그룹을 방문하여 수매를 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각 마을의 집하장으로 사람이 직접 옮겨야 한다.
 
그룹 중 루스푸레마(Rusfurema)는 가장 거리가 먼 곳으로 집하장과 그룹 사이에 계곡이 가로막고 있어 사람이 직접 운반을 해야 한다. 오후에 시작된 파치먼트 운반은 첫날 저녁8시까지 반을 옮겨 마무리한 후 새벽 5시부터 다시 옮기기 시작하여 정오가 되서야 끝이 났다. 그룹 원들과 그 가족들 모두 등에 지고, 머리에 이고 함께 파치먼트를 옮겼다. 한 사람 지나가기도 힘든 길을 걸으며 쉼 없이 파치먼트를 옮기는 그들의 표정에는 피곤함보다 웃음이 가득하다.
 
그 웃음이야 말로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온 그들이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아닐까? 마을 사람들의 웃음 속엔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있으리라.
 
-파치먼트 마대를 열심히 나르고 있는 마을 사람들.
 

 집하장으로 모든 파치먼트가 옮겨지면 수매 준비가 끝나고, 그룹구성원들, 현지간사, 그리고 피스커피 간사 등이 저울의 눈금을 서로 확인하는 작업으로 수매를 시작한다. 
 
각 그룹은 적게는 2톤에서 많게는 10톤 넘는 규모를 저울로 측정하므로 상당한 집중력을 요한다.  이 시간만큼은 생산자들뿐만 아니라 현지간사들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눈은 더욱 예리해진다.
 
-꼼꼼하게 저울을 확인하는 모습.
 

공정무역 커피인 피스커피는 생산자들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그룹에서 체리를 매입할 돈을 빌려주고, 추후 피스커피가 파치먼트를 매입할 때 상계해서 금액을 지급한다. 초기 체리구입비용은 그룹의 입장에서는 큰 금액이기 때문에 피스커피가 지원하지 않을 경우 결국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개인에게서 돈을 빌려야하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은 이자비용이 발행해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수입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마을 공동체의 활기를 더하고, 다음 해의 안정적인 커피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생산자 그룹으로부터 매입하는 파치먼트 가격엔 커뮤니티 적립금과 유지관리비(커피체리껍질을 벗기는 기계나 가공장의 수리 등)가 추가된다. 커뮤니티 적립금과 유지관리비는 그룹구성원들의 결정에 따라 각 그룹이 적립한 금액을 사용할 수 있으며, 적립금 관리는 피스커피에서 맡고 있다.
 
이런 원칙으로 수매한 후 작성된 영수증의 금액 등을 최종확인 하여 그룹의 대표가 사인을 하면 수매절차는 끝나게 된다. 그리고 나서야 사람들의 얼굴에 긴장이 풀리면서 서로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며 준비된 커피와 차를 마시기도 하고, 오전 일찍 수매를 시작한 곳은 식사까지 준비해서 같이 먹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는 올해의 커피생산과 내년의 계획이나 집을 수리하는 얘기, 아이들 얘기, 중요한 일중 하나인 조상의 묘를 정비하는 일 등이다.
 
말 그대로 마을 공동체로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시간이다.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각 그룹에서 수매된 파치먼트는 트럭을 이용하여 카브라키와 로뚜뚜 마을의 저장창고로 집하한 후 딜리로 운송된다. 마을 위치가 험준한 산자락에 위치하다보니 차량으로 운반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올해도 차량으로 운반하는 동안 수회의 타이어 펑크와 완충장치 고장 등이 발생했다. 도로는 비포장에 공사구간이 많아 흙먼지로 앞을 보기도 힘든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 트럭에 에어컨이 없다보니 창문을 열고 갈 수밖에 없어 마스크와 선글라스는 필수다.
 
한번 운송에 3~4톤을 운반하는데 전체를 모두 옮기려면 1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운송 일정은 매우 중요하다! 운송이 늦어져 우기 시즌에 접어들면 비포장도로는 진흙벌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운송 일자는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딜리를 향해 거침없이 달리는 트럭!
 

운송된 파치먼트는 각 그룹별로 창고에 보관하게 된다. 파치먼트는 습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창고안의 습도가 높으면 곰팡이나 백화현상이 발생하여 상품으로 판매할 수 없고, 습도가 너무 낮으면 파치먼트 안에 있는 생두의 표면이 습도의 증발로 쭈글쭈글 해지고 색깔도 변해 상품의 가치가 떨어진다.
 
수출 전까지는 파치먼트 상태로 창고에 보관하게 된다. 왜냐하면 생두의 습도와 향미 등 의 손실을 최소화하여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수출일정이 정해지면 2차 가공을 하게 된다.
 
피스커피의 가공공장은 파치먼트 껍질을 제거하여 크기별로 분류하는 설비와 로스팅룸 그리고 파치먼트 창고 및 사무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직원 3명이 가공장에 거주하면서 관리와 생두 볶는 일을 담당한다. 물론 수출준비를 할 때는 로뚜뚜나 카브라키 현지간사아저씨 2~3명의 도움을 받아 2차 커피가공을 진행한다.
 
-파치먼트가 도착한 후 한창 분류작업 중인 가공공장! 설렘 가득한 활기가 돈다.
 

그럼 2차 가공에서 수출까지 절차를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
카페티모르(한국)에서 생두의 발주가 오면 먼저 저장된 파치먼트의 껍질을 제거하여 크기 기준 3등급(A,B,C)으로 분류한다.

 
파치먼트 껍질을 제거할 수 있는 일일 수량은 4~5톤 정도 된다. 껍질이 제거되면서 동시에 크기가 아주 작거나 아니면 깨진 생두, 이물질 등은 1차로 제거된다. 2차가공은 창고에서 파치먼트를 옮기는 작업부터 시작해서 껍질이 제거하고 등급별, 그룹별 옮겨 놓게 된다.
 
각 마대에는 그룹명과 등급을 적어 둔다.
 
-분류된 파치먼트는 이렇게 나란히 옮겨진다.
 

그리고는 모든 파치먼트의 껍질이 제거 되면 최종 사람의 손에 의해 선별작업을 가지게 된다. 동티모르의 수출 품목에서 석유와 가스 다음으로 커피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선별만 전문으로 하는 직업이 존재한다.
 
대부분 아주머니들로 구성되어 있고 딜리시내의 여러 커피 수출업체를 다니며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작업만 최소 1주일 이상은 소요된다.
 
수량도 많고 결점 두(곰팡이, 오래된 생두 이물질 등)를 꼼꼼하게 선별하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선별작업으로 분주한 모습! 선별작업의 베테랑이신 아주머니들도 피스커피의 원두에 대해 칭찬이 자자하다.
 

선별작업과 동시 수출서류작업과 선사를 통해 컨테이너를 예약하게 된다. 동티모르는 관세사 제도나 무역 대행사가 없어 모든 업무는 직접 정부기관을 방문하여 서류 신청해야 하며, 처리기간은 보통 2~3일에서 늦게는 1주일 이상 기다려야 한다.
 
피스커피 마크를 직접 수출용 생두 마대에 인쇄를 하고 그룹명과 등급을 표기하여 준비를 하여 선별작업이 끝난 생두를 마대에 담으면서 2차 가공 절차는 끝난다. 최종 정부기관과 선사에서 나와 검사를 한 후 컨테이너를 봉하면, 서류 준비를 제외하곤 모든 수출절차는 마무리가 된다. 마을에서 돕기 위해 딜리로 온 현지간사아저씨들은 거의 1개월을 가공장에서 숙식을 하며 수출 준비를 함께 했었다.
 
쉬는 시간에 휴대폰에 있는 아이들 사진을 보고 있는 아저씨를 볼 때마다 안쓰럽기도 하고 더 고맙기도 하다. 절차가 마무리 되면서, 아저씨들은 곧 만날 것을 기약하며 마을로 돌아갔다.
 
피스커피는 수출 생두의 도착 기일을 맞추기 위해 계속해서 선사 사무실과 정부기관을 방문하면서 서류준비를 하고 선적 일을 확인했다. 딜리 항구의 컨테이너 야적장이 작은 이유로 생두를 실은 컨테이너는 가공장에서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다. 출항 예정일보다 5일정도 늦어졌지만 선사의 예정된 기일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는 말에 마음이 놓여다.
 
드디어 피스커피를 실은 배는 한국으로 출항을 했다. 
 
 
- 수출용 생두 마대를 번쩍 번쩍 옮기시는 현지 분들. 맛있는 피스커피가 한국 소비자들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지금까지 2회에 걸쳐 공정무역피스커피의 생산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우리의 피스커피는 거리의 수많은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와는 의미가 분명 다를 것이다. 지금까지 10년 동안 생산자와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파트너십을 맺어 온 피스커피는 수익을 넘어 생산자들의 희망을 판매한다는 마음을 이어왔다.
 
피스커피의 커피 한잔에는 생산자의 땀과 그들의 희망이 있고 아이들의 미래가 있다. 그들의 삶과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생산자는 아주 먼 나라의 사람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이고 친구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기억해주기 바라며 글을 마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성이 모여 완성되는 평화의 향기 가득한 피스커피!
 

:: 정창효 차장

2015~2016년 2월까지 동티모르에서 공정무역 커피산지 주민들과 함께하며, 현지 사회적기업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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