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유럽인들이 동양에 관심을 가지고 진출하던 16세기 초, 포르투칼은 인도양의 작은 섬 티모르에 상륙하게 됩니다. 티모르섬을 중심으로 무역과 자원 확보의 전진기지화 하여 1702년에 식민지로 공식 선언하게 됩니다.
1598년 인도네시아로 세력을 넓힌 네덜란드는 1859년 섬의 서쪽을 넘겨받아 식민지화 했고, 동쪽은 포르투칼의 식민지로 계속 유지하게 됩니다. 2차 대전 이후 서티모르는 인도네시아의 영토가 되고, 동티모르는 여전히 포르투칼의 지배가 이어졌습니다.
1974년 4월 에스타두 노부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포르투칼 좌파 군부의 '카네이션 혁명'은 동티모르 역사에도 중요한 획을 그었습니다. 혁명직후 불안한 국내 정치 상황과 앙골라ㆍ모잠비크 등 자원이 많은 아프리카 국가의 잇단 독립움직임에 촉각을 세웠던 포르투칼 정부는 동티모르를 사실상 방치했고, 동티모르 독립단체들은 1975년 11월 28일 스스로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동티모르를 독립국가로 인정할 새도 없이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를 무력 침공해 강점하게 됩니다.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불법 침탈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지만, 베트남전 패배 뒤 '공산주의 도미노'를 우려하던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인도네시아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당시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정권은 동티모르의 독립투쟁 단체인 '동티모르독립혁명전선' (Fretilin)이 중국 공산당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1976년 7월 동티모르를 27번째 주로 편입시켰지만, 독립을 향한 동티모르인들의 투쟁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침공 당시 60만여 명이던 동티모르 인구 가운데 25년여에 걸친 강점기간 동안 최소 10만여명에서 최대 25만여명의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티모르인들의 독립을 행한 의지는 마침내 국제사회를 움직였고, 압력을 견디다 못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1999년 8월 유엔의 중재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동티모르 주민들은 스스로 독립과 인도네시아 잔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압도적인 독립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인도네시아를 지지하는 민병대의 약탈과 방화, 살인의 끔직한 상황을 겪기도 하였으나 마침내 2002년 5월 20일 신생독립국 동티모르민주공화국(Democratic Republic of Timor-Leste)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